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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25 10:01
자비의 희년
 글쓴이 : 서성래(아우구스티노)
조회 : 672  

“하느님의 자비는 저질러진 죄를 완전히 잊고 환영하고 용서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얼굴로 각 개인을 만나러 오십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지난 2월 8일을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로 정하고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이 날을 ‘인신매매에 반대하는 세계 기도와 성찰과 행동의 날’로 지내도록 하였다. 이 죄악이 얼마나 깊고 그리고 멀리 퍼져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깨달음이 더욱 확산되고 퍼져 나가게 하기 위함이었다. 즉, 의식함으로써 기도하게 되고.... 기도함으로써 연대하게 되며.... 연대함으로써 더 이상 노예와 인신매매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때까지 구체적 행동을 하게 하기 위함이다.

21세기의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의 모습을 한 최악의 현상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의 무관심과 이기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의 상상을 불허하는 인신매매와 불법적인 장기 매매, 불법 이민 거래, 강제노동, 강제입양, 강제 결혼 등이다. 교종 프란치스코는 곧 다가오는 “자비의 특별 희년” 동안 모든 믿는 이가 하느님의 자비를 진정으로 체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우리 모두를 초대하신다. “하느님의 자비는 저질러진 죄를 완전히 잊고 환영하고 용서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얼굴로 각 개인을 만나러 오십니다.” (교종 서한-“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아 신자들에게 대사를 허용함” - 에서, 2015년 9월 1일 )

교종께서는 용서의 말씀이 모든 이에게 전해지고 자비를 경험하라는 부르심에 그 누구도 제외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시며, 하느님의 은총과 멀리 떨어진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회개하라고 간곡히 권유하신다. 특히 모든 범죄 조직에 속한 이들을 생각하며 그들 자신을 위하여 새로운 삶을 살도록 간절히 요청하신다. 인생이 돈에 달려 있고 돈 앞에서는 그 무엇도 가치와 존엄이 없다고 생각하는 끔찍한 덫에 빠져 있는 이들, 피 묻은 돈을 긁어 모으려고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 부패를 저지르거나 그에 연루된 이들에게 새로운 삶으로 돌아오기를 호소한다.

사회를 곪게 만드는 부패는 개인 생활과 사회 생활의 근간을 위협하기 때문에 하늘에까지 이르는 중대한 죄로서,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게 하고, 부패의 무도한 탐욕은 약자의 미래 계획을 산산조각 내 버리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부패는 우리 마음을 죄로 완고하게 만들어 하느님을 멀리하고 돈이 곧 힘이라는 허상에 빠지게 한다. 부패는 의혹과 음모로 조장되는 어둠의 활동이다.

우리의 개인 생활과 사회 생활에서 이 부패를 척결하려면 현명함, 경계심, 정직성과 투명성, 그리고 어떠한 부정행위라도 고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공개적으로 부패와 맞서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 부패에 가담하여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말 것이다.... 악의 길에 머물면 결국 환멸과 비탄에 잠기게 될 뿐이다.(”자비의 얼굴” 19항 참조) 그러므로 교회가 마련한 자비의 특별한 시기에 하느님의 뜻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며 회개하도록 초대하신다.

동시에, 교종 프란치스코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자비의 육체적 활동과 영적 활동을 실천하기를 간절히 바라신다.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고, 나그네들을 따뜻이 맞아 주며, 병든 이들을 돌보아 주고, 감옥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 주며, 죽은 이들을 묻어 주는 자비의 육체적 활동과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며, 죄인들을 꾸짖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우리를 모욕한 자들을 용서해 주고, 우리를 괴롭히는 자들을 인내로이 견디며,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는 자비의 영적 활동을 촉구하신다. (“자비의 얼굴” 15항)

12월 8일 “자비의 특별 희년”선포를 앞두고 희년의 성서적 의미를 새겨 보고자 한다.

희년의 성서적 의미

  
▲ 자비의 희년 로고.(이미지 출처 = 주교회의 홈페이지)

가톨릭 전통 안에서 희년은 일반적으로 25년마다 선포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종에 의해 2000년 대희년이 선포된 뒤 15년이 지난 올해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다시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셨다.

하느님 자비의 얼굴인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 역사의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믿고 고백하며 그분의 삶을 따르고자 하는 모든 이들, 자비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몸 바치는 모든 선의의 사람들, 부정과 부패. 착취와 인신매매. 폭력과 전쟁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의와 죄악으로 인해 망가져 가고 있는 가련한 인류 앞에 이 “자비의 특별 희년”은 크나큰 희망과 빛을 던져 준다.

왜냐하면, “희년”은 모든 형태의 억압과 부자유, 특별히 모든 분열(자신과 이웃, 자연과 하느님으로부터)의 근원인 “죄로부터의 해방”이 하느님 편에서 무상으로 선사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조건 없는 용서와 자비는 죄인인 우리로 하여금 죄를 고백할 용기를 주고, 우리의 상처를 낫게 하시어, 빛 속에 새로운 삶을 살게 한다. 하느님의 용서는 새로운 창조다. 이 구원의 선물은 2000년 전, 살을 취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 나자렛 예수의 삶과 죽음, 부활과 성령 강림 사건과 함께 이미 주어졌고, 교회 안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성령을 통하여 계속 선사되고 있다.

원래 “희년”이란,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 특별히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을 위한 자유와 해방이 선포된 해를 뜻한다. 레위기 25장 8-22절의 서술에 의하면, 매 일곱 번째 되는 해는 안식년, 매 쉰 번째 되는 해는 희년으로 정해졌다. 일곱째 달 10일 (49번째 해 봄)에, 다가오는 50번째 해인 희년에 대한 예고로 숫양 뿔을 불어 온 땅에 울려 퍼지게 했고, 50번째 해의 첫 번째 달 “속죄의 날”(욤 키푸르)에 희년이 시작되었다. 이 해는 거룩한 해, 이스라엘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해다. 빚 때문에 소유지를 잃어버린 이들과 머슴살이하는 이들에게 자유가 선포되고, 저마다 제 소유지와 가족에게 돌아가야 한다. 원래 땅의 주인은 하느님이요, 모든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에 의해서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되었기에, 동족끼리 억울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 이 “희년”의 근본 취지다.

즉, 속죄의 날, 하느님 앞에 당신의 뜻인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마태 23,23)를 살지 못한 개인적. 공동체적 죄를 뉘우치고 용서받음과 동시에, 구원 은혜에 대한 감사와 응답으로서, 억눌리고 가난한 형제들을 위한 구체적인 사회, 경제적 정의의 실천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당신 백성을 자유롭게 살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이러한 구원 의지가, 인간의 편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기에 구약 시대의 예언자들은 거듭 거듭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불의, 특히 땅의 독점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억압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회개를 촉구하였다.

이 희년의 이상은 신약시대에 이르러, 초대교회의 공동체 안에서 아름답게 실현된다. “믿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그들의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내어 놓고 재산과 물건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한 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였으며 집집마다 돌아 가며 같이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함께 먹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사도 2,44-46) “....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서 받은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 (사도 4,34-35) 이처럼 영적, 전례적 삶과 사회, 경제적 삶 안에서의 정의의 실천은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오히려 깊이 연결되어 있다. 위로부터 오는 힘을 받지 않고서는,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와 기도로 양육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구약시대의 희년은 죄를 용서받는 속죄의 날에 선포되었다.

공생활의 시작에 이루어진, 나자렛 회당 안식일 전례에서의 예수의 복음 선포 (루카 4,16-30)는, 인류 역사 안에서 계속 이루어 오신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이해하는 데 그 열쇠를 준다. 예수는 평신도의 신분으로서 주도권을 쥐고, 이사야 예언서 61,1-2; 58,6을 인용하고 낭독하면서, 당신의 메시아적 선교 사명 - “주님의 영이 나에게 내리셨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나에게 기름을 바르셨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그분께서 나를 파견하셨다. 갇힌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이들에게 빛을 주고 억눌린 이들을 해방시켜 보내기 위하여, 주님의 은총의 해(기꺼이 받아들이는 해)를 선포하기 위하여”(루카 4,18-19) - 을 알림과 동시에, 약속된 구원의 성취가 “오늘” 당신 안에서 결정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오늘 이 말씀이 여러분이 듣는 가운데 성취되었습니다.”(루카 4,21)

이사야 예언서 61장 1-3절에 의하면,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함과 동시에, 곧이어 원수들에 대한 복수의 날도 선포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구원은 동시에 적의 심판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예수는 복수의 날을 삭제하고, 구원의 기쁜 소식만을 선포한다. 예수에 의해 선포된 이 주님의 은총의 해는 바로 구약의 “희년”과 관련된다.

구약 시대 속죄의 날에 선포되었던 희년은, 예수의 의해 새롭고, 결정적이고 궁극적인 방법으로 선포되고 성취된다. 다시 말하면, 속죄의 날 예루살렘 성전에서 대사제에 의해 집행되었던 제사와, 때가 차서 세례를 통하여 성령으로 기름부음 받은 메시아(그리스도)이며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에 의해 성취된 제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약의 대사제는 자신의 죄와 백성들의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해마다 성전 제단에 동물들의 피를 뿌려야 했지만, 예수는 당신 자신을 오직 한 번 희생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완전히 죄를 없애 주셨다. 이것은 영원한 효력을 가져오는 것이기에 더 이상 우리 죄 때문에 희생 제물을 바칠 필요가 없게 되었다.(히브 10, 11-18)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고귀하고 무죄한 피로 죄 사함의 구원 (루카 22,20; 1코린11,23-26; 마태 26,26-29; 히브 10,11-18)을 받은 우리는, 하느님 자녀의 자유를 살도록 초대받는다. 때가 찬 “오늘” 하느님 아들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선사된 구원과 자유는 사회, 정치, 경제적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내면적이고 영적인 차원을 포괄하는, 전인적인 자유와 구원을 의미한다. 먼저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우리에게 선사하신 이 자유와 죄 사함의 구원의 선물을 기꺼이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구체적 삶 안에서 이 자유를 실천하여야 한다. 즉 내가 받은 구원 은혜를 나의 형제들, 특별히 시대악의 희생이 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과 구원을 필요로 하는 묶인 이들과 나누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희년 정신이다.

자비의 특별 희년 동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한량없는 자비와 용서를 우리의 삶을 통해 선포하고, 자비와 정의를 실천함으로써, 초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아름답게 구현되었던 희년 정신이, 오늘 이 땅 위에 계속적으로 실현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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